임산부는 임신 기간 동안 호르몬 변화, 혈액량 증가, 체중 변화, 태아 성장 등 다양한 생리적 변화를 경험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지럼증은 흔히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입니다. 가벼운 어지럼증은 대부분 일시적이고 무해하지만, 경우에 따라 빈혈, 저혈압, 탈수, 혈당 저하 등 건강 문제와 연결되기도 합니다. 특히 임신 후반부에 나타나는 심한 어지럼증은 태아와 산모 모두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임산부가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원인부터 예방 방법, 안전한 치료법까지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임산부 어지럼증 원인
임산부의 어지럼증은 하나의 요인보다 여러 변화가 겹치며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임신 초기에는 프로게스테론 상승으로 말초 혈관이 이완되고 혈압이 평소보다 낮아지기 쉬운데, 이때 갑자기 일어나면 뇌로 순간적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 어지럽거나 시야가 하얘지는 기립성 저혈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임신 중반 이후에는 자궁이 커지며 하대정맥을 눌러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량을 감소시키는데, 바로 누워 있을 때 증상이 심해지는 ‘하대정맥 증후군’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임신 기간에는 태아 성장과 태반 형성에 필요한 철분 요구량이 크게 늘어나 철분 결핍성 빈혈이 흔합니다. 빈혈은 헤모글로빈 감소로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져 두통, 피곤함, 심계항진, 집중력 저하와 함께 어지럼증을 유발합니다. 식사 간격이 길거나 구토가 잦은 임산부는 저혈당으로 어지러움, 식은땀, 손 떨림을 겪을 수 있습니다. 더운 계절, 환기되지 않는 실내, 뜨거운 샤워처럼 체온을 급격히 올리는 환경은 말초 혈관 확장을 촉진해 혈압을 더 떨어뜨립니다. 장시간 서 있거나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 불충분한 수분 섭취, 카페인 과다, 수면 부족도 위험을 키웁니다. 드물지만 난청·이명·구토를 동반하는 내이 질환,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시야장애를 동반하는 신경계 응급, 심한 부종·두통·상복부 통증을 동반하는 임신성 고혈압·전자간증 등은 즉각적인 평가가 필요하므로 경고 신호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전한 예방법
예방의 핵심은 혈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저혈압·저혈당·탈수를 피하는 생활 루틴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는 옆으로 돌아누운 뒤 팔로 몸을 지지해 천천히 앉고, 발목 펌핑을 몇 번 한 뒤 일어나세요. 장시간 앉거나 서 있어야 한다면 30~60분마다 2~3분씩 걷거나 종아리 근육을 수축·이완해 정맥 귀환을 돕습니다. 물은 하루 1.5~2L를 소량씩 자주 마시고, 더운 날이나 땀을 많이 흘린 뒤에는 국물, 과일, 이온 음료 등으로 전해질을 보충합니다. 식사는 3끼에 건강한 간식 1~2회를 더해 식사 간격을 3–4시간 이내로 유지하고, 정제당 위주의 간식을 줄이며 통곡물·단백질·지방을 균형 있게 배치해 혈당 변동 폭을 낮춥니다. 철분은 붉은 살코기, 간, 시금치, 병아리콩, 렌틸콩, 달걀노른자 등에서 섭취하고, 의사가 처방한 철분제는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과 함께 복용하면 흡수가 좋아집니다(커피·차·유제품과 동시 복용은 피하기). 복압을 높이는 꽉 끼는 의복 대신 통풍이 잘되는 옷을 선택하고, 실내 온도·습도를 쾌적하게 유지하세요. 수면은 규칙적으로 7~9시간, 낮잠은 20~30분 이내가 권장됩니다. 운동은 의사와 상의 후 걷기, 수영, 임산부 요가·필라테스를 주 3~5회, 1회 20~30분 정도로 무리가 없게 시행합니다. 바로 누워 있을 때 어지럽다면 왼쪽으로 누워 자궁의 정맥 압박을 줄이고, 취침 시에는 좌측 누운 자세가 기본이 되도록 베개로 체위를 보조하세요. 마지막으로, 목욕·사우나는 장시간 고온을 피하고, 샤워는 미지근한 온도로 짧게 마무리하면 혈압 급락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치료법
어지럼증이 찾아오면 가장 먼저 낙상 위험을 차단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즉시 앉거나 누워 휴식을 취하고, 가능하면 좌측 누운 자세로 눕습니다. 의복 단추를 풀어 호흡을 편하게 하고, 시원하지만 과도하지 않은 온도에서 깊고 천천히 복식호흡을 1~2분 반복합니다. 탈수가 의심되면 물을 조금씩 나눠 마시되, 한 번에 많은 양을 급히 마시는 것은 속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으니 피하세요. 저혈당 증상이 동반될 때는 바나나 1/2개, 우유 한 잔, 통곡물 크래커처럼 섬유·단백질이 함께 있는 간식을 선택하면 이후 혈당 급락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철분 결핍이 원인으로 확인되면 의사의 안내에 따라 철분제를 규칙적으로 복용하고 변비·속 쓰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저용량부터 시작하거나 식후 복용, 제형 변경을 상의하세요. 메니에르병·전정신경염처럼 내이 질환이 의심될 경우(회전성 어지럼, 구토, 이명·난청 동반) 산부인과와 이비인후과의 협진이 안전합니다. 두통·시야 흐림·상복부 통증·심한 부종·호흡곤란·흉통·신경학적 결손 중 하나라도 동반되면 즉시 응급실 평가가 필요합니다. 약물은 임신 주수에 따라 안전성이 다르므로 임의 복용을 금하고, 생강차·지압 등 비교적 안전한 보조요법도 과용하지 말고 의료진과 상의 후 시행하세요. 증상 일지를 기록해 발생 시간, 체위, 동반 증상, 음식·수분 섭취량을 남기면 원인 파악과 재발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외출 시에는 당분+단백질 간식을 휴대하고, 혼자 장시간 운전·샤워를 피하는 등 안전 계획을 마련해 두면 돌발 상황에 대응력이 높아집니다.
임산부 어지럼증은 대개 일시적이지만, 원인 파악과 생활 관리가 안전의 핵심입니다. 수분·철분·혈당을 균형 있게 관리하고, 경고 신호가 보이면 지체 없이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특히 심한 두통·시야장애·부종·호흡곤란 동반 시 응급 평가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