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은 안압 상승으로 인해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는 대표적인 만성 안과 질환입니다.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어 ‘조용한 시력 도둑’이라고도 불립니다. 하지만 현대 의료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 꾸준한 생활 습관 개선, 영양 중심 식단 관리 등을 통해 녹내장의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녹내장을 사전에 예방하고 실명 위험을 낮추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생활 습관, 식습관, 치료 세 가지 관점에서 자세히 설명합니다.
생활 습관 개선으로 예방하기
녹내장을 예방하고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습관 개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안구 건강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눈도 우리의 몸처럼 꾸준한 관리와 휴식이 필요합니다.
우선 수면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 수면 시간이 5시간 이하로 줄어들면 안압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시신경 손상 위험이 커집니다. 하루 7~8시간의 규칙적인 수면을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수면 중에는 베개를 너무 낮추기보다 머리를 약간 높인 자세로 자는 것이 안압 관리에 유리합니다.
스트레스도 큰 위험 요인입니다.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를 교란시켜 혈류 흐름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이는 시신경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이 공급되지 않는 상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명상, 산책, 음악 감상과 같은 스트레스 완화 활동을 일상에 접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자기기 사용 역시 주의해야 합니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현대인에게는 눈의 피로가 누적되기 쉽습니다. 미국 안과학회는 ‘20-20-20 룰’을 권장합니다. 즉, 20분마다 20피트(약 6m) 떨어진 곳을 20초 동안 바라보며 눈을 쉬게 하라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푸른빛 차단 안경이나 화면 밝기 조절 등도 도움이 됩니다.
생활 중 주의할 자세도 있습니다. 요가나 필라테스에서 시행되는 거꾸로 서기 자세나 머리를 아래로 숙이는 동작은 안압을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녹내장 환자 또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엎드려 자는 습관, 머리에 무거운 물건을 이고 나르는 행동 등도 눈의 혈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금연은 필수입니다. 흡연은 시신경 혈류를 악화시키고, 시력 손실을 빠르게 악화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위험 인자입니다. 가족 중 녹내장 환자가 있다면 금연과 함께 정기적인 안과 검진은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눈 건강에 좋은 식습관
식습관은 녹내장 예방과 안압 조절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눈 건강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영양소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은 시신경 보호와 더불어 전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대표적으로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망막과 시신경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눈을 자외선이나 유해 물질로부터 보호하는 항산화 성분입니다. 이들은 시금치, 케일, 브로콜리, 완두콩 등 녹황색 채소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며, 매일 섭취하면 망막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오메가-3 지방산은 혈류를 개선하고 염증을 줄이며, 건조한 눈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연어, 고등어, 정어리 등 기름진 생선이 주요 공급원이며, 식단에서 자주 빠지기 쉬운 경우 오메가-3 보충제를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비타민 A, C, E, 아연, 셀레늄 등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통해 시신경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당근, 고구마, 오렌지, 블루베리, 토마토 등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면 이들 영양소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나트륨 섭취는 신체의 혈압을 높이고, 이는 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짠 음식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인스턴트식품, 가공 식품, 라면 등은 되도록 자제하고, 천연재료 위주의 식단을 지향해야 합니다.
수분 섭취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루 1.5~2리터의 물을 천천히 나누어 마시면 혈액 순환과 안압 조절에 도움이 됩니다. 단, 한 번에 많은 양을 마시면 오히려 일시적으로 안압이 급격히 오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카페인 역시 지나치게 섭취하면 안압을 일시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커피나 녹차 섭취는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기 치료와 정기 검진
녹내장은 ‘소리 없는 실명’으로 불릴 만큼 증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 근시가 심한 사람은 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안압, 시야, 시신경 상태 등을 점검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안과에서는 기본적인 안압 측정 외에도 시야 검사, 시신경 단층촬영(OCT), 각막두께검사 등을 통해 녹내장 여부를 진단합니다. 특히 40대 이후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연 1~2회의 안과 검진이 권장되며, 초기 발견 시에는 대부분 약물로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합니다.
치료는 주로 안압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점안약은 가장 일반적인 치료법으로, 안압을 낮추거나 방수의 유출을 증가시켜 시신경 손상을 막습니다. 최근에는 한 번에 두 가지 약물을 포함한 복합제도 개발되어 복약 편의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만약 약물에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는 레이저 치료 또는 수술이 시행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레이저 치료로는 선택적 레이저 섬유주성형술(SLT)이 있으며, 통증이 거의 없고 외래 진료 수준에서 진행이 가능합니다. 수술적 방법에는 섬유주절제술, 방수유출장치 삽입 등이 있으며, 진행 속도가 빠른 환자에게 주로 시행됩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의 안압 측정 기기나 자가 모니터링 기기가 출시되어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안압을 측정하고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앱과 연동하여 병원과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식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조기 진단과 치료 반응 평가에 큰 도움이 되며,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녹내장은 초기에는 자각하기 어렵지만, 방치할 경우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질환입니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올바른 생활 습관과 식습관을 유지하며, 정기적인 검진과 적절한 치료를 병행한다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라도 눈 건강을 위한 작은 실천을 시작해 보세요. 건강한 시야는 삶의 질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